우리나라 3대 무술승의 한 분이신 허주큰스님을 뵈러 짐을 꾸려 배낭에 메고 집을 나섰다. 3대무승중 양익스님은 원적하셨고 종인스님은 몸이 불편하여 가르치지 못하신다. 외람된 표현이지만 세분중 지금 현재 직접 가르치시는 분은 한 분 남으셨다.
기차표 예매를 늦게하여 ktx를 끊고 갈아타고 가는 덕에 예정보다 경주에 빨리 도착해버렸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점심을 먹고 안내에 버스노선과 시간을 물어보니 12시 50분에나 한대 온다 한다. 날씨가 흐려 비가 약간 뿌리므로 대합실에서 기다리다 시간 맞추어 가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여러사람에게 묻고 물어 찾아갔다.
미타사라는 절 표지는 큰 길이나 중간 중간 있는데 보림선원은 안보인다. 간신히 조그만 A4용지 만한 간판을 발견하고 절로 들어 갔다. 아무도 없는 듯하여 처마밑에 가방 내려놓고 연무장을 둘러보니 연무장에 있는 병기들은 소박하기 그지 없다. 봉은 대나무로 잘라 만든 것으로 장봉, 나한곤 크기, 쌍단봉 크기 여러개가 있고 언월도가 있는데 나무로 깍아 놓은 것이 걸려 있다.
한참을 서성거리니 강아지 한마리가 꼬리치며 달려든다. 인기척에 허주큰스님이 직접 나오시길래 인사드리니 들어오라고 하신다. 최관장이 나와 안내하여 서로 잠시 인사하고 법당에 가서 삼배하고 나니 큰스님이 들어오신다. 일배하고 옛날 인연에 대해 말씀드리니 당시 제자들, 화교무술인들과 인연등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제가 배웠던 죽호자관장이 돌아가셨다고 95년경 들었다 하니 2003년에도 연락이 되었는데 잘못 알았을 거라 하신다.( 지금은 운동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하며 나중에 연락이 되면 알려주신다 한다) 아마도 그때 가르쳐주신 분이 다른 분과 혼동을 하신 듯하다. 추측컨데 영등포에서 형제분이 관장을 하던 분이 더 계신데 그분들과 혼동을 하시고 잘못 알려주신 것 같다. 죽호자관장의 형님은 옛날 분들은 다 아실 터인데 지금은 목사생활을 하고 계신다 한다. "올인" 주인공의 쿵후스승이라고 하는 기사를 며칠전에 보았다.
큰스님이 말씀을 마치시고는 먼데서 와서 힘들테니 좀 쉬라고 하신다. 초파일이 가까워 연등달기 준비작업에 다들 애쓰고 있어 나도 동참하여 거들다 보니 저녁이 되어 저녁공양을 마치고 큰스님께 그간 수집한 자료를 드리니, 보시면서 이것 저것 여러 얘기를 해주셨다. 자료에 없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시야가 확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큰스님은 책보고 연구하시는 분이 아니고 삼촌에게 배운대로 전하고 계실 뿐이다. 말씀하시는 것과 내가 수집한 자료가 맞아 떨어진다. 뒤쪽 자료 구석에 있는 내용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인데 이를 말씀하신다. 이를 정합성(整合性)이라 한다.
황궁다도 또한 삼촌께 배우셨는데 이 때문에도 왜 스님이 그것도 무술하는 스님이 황궁다도를 하느냐고 오해를 많이 받으셨다 한다. 그리고 왜 소림사에 황궁다도가 내려오냐는 것이다. 큰스님을 알고 찾아온 몇몇 제자들을 통해 전수를 하고 계신다. 무술 배우러 찾아 왔다가 다도로 바꾸어서 배우고 간 사람도 있다 한다.
아침에 새벽예불을 마치고 연등달기를 위한 남은 준비를 하고 있으니 서울 올라가는 차시간 늦겠다고 준비하라고 하신다. 준비를 마치고 나오니 쇼핑봉투에 차를 담아 주신다. 다음에 내려오면 나한곤 화봉을 가르쳐 주시겠다 한다. 7월경쯤 다시 찾아 뵙겠다고 말씀 드리고 최관장 차로 역으로 향하였다. 화봉을 가르쳐 주신다 함은 기초부터 가르쳐 주시겠다는 말씀이다. 생활하느라, 가르쳐 주셔도 전심전력을 못할 터인데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집에 도착하여 큰스님 말씀하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해두고 몇가지 자료를 찾다보니 인도무술의 중국전래에 관한 자료이다. 큰스님 말씀중에 몇가지 퍼득 스치는 생각들을 메모해서 확인해 본 것이다. 살면서 그냥 소림방세옥 같은 전설만 흥미로 듣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무슨 인연으로 내가 인도무술의 중국전래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허주큰스님이 하는 소림쿵푸와 황궁다도가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전수되고 있는 것도 기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큰스님은 무승이며 선승이시다. 지금도 수행중이시다.